충남 천안에 위치한 중견기업 A사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부품을 공급하며, 기술력으로 현대차, GM, 테슬라 등을 고객으로 확보해왔다. 하지만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과정과 함께 매출 감소, 고임금 R&D 인력 감축 등의 위기를 맞아 R&D 센터를 폐쇄하게 되었다. 전기차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전반적인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R&D 투자 축소로 인한 위기
전기차 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중견기업 A사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올해로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부품 매출 감소와 원가 상승,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어려움이 원인이다. 그동안 보유해온 알루미늄 합금 기술은 전기차의 가벼움과 강도를 모두 충족시키기에 충분했으나, 회사의 재정 상태가 악화되면서 R&D 비용을 제로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연구개발 비용의 축소는 기업의 미래를 담보로 한 기술 개발의 중단을 뜻한다. A사 R&D 센터장은 "회사가 고꾸라지기 시작하자 R&D 비용부터 삭감하기 시작해 올해는 '제로'가 됐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고임금의 우수 인력을 먼저 내보내는 썰렁한 현실 속에서, 기술 혁신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R&D의 축소는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고통스러운 결정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상황이 A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많은 중소기업들도 비슷한 위기에 봉착해 있으며, 전기차 전환 준비가 미흡한 상태다. 이로 인해 한국의 R&D 인력 수급은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중소기업들이 기술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각 기업들이 우수한 기술 인력을 수급하고 R&D 부문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 학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전기차 전환에서의 경쟁력 상실 우려
전기차 전환의 흐름 속에서 중견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장기적으로 큰 위험을 내포한다. A사와 같이 R&D 투자 미비로 미래차 기술 개발에 나아가지 못하는 기업들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잃게 된다. 자동차 산업은 그동안 내연기관 기술에 주력해왔고, 전기차에 맞춰 신속하게 전환하지 못한 기업들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에서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이 많다. 특히 전기차용 모터, 배터리 관리 시스템, 자율주행을 위한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부품에서 전문적인 설계와 개발 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부문에서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미약한 기술력과 인력난에 부딪혀 경쟁력을 잃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소기업들은 매출 감소와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게다가 대기업들도 노조와의 갈등, 고액 연봉 문제, 경직된 노동 구조 등으로 인해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한계를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기술 개발은 더욱 더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 필요성
미래차 개발의 핵심은 R&D 분야 인재 수급이다. 그러나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이에 대해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왜냐하면, 내연기관 부품 매출이 줄어들며 미래에 대한 투자가 절실해지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고임금 문제와 노동 구조의 경직성으로 인해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인재를 유치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과거 파산 위기 때 한국 공장을 철수하지 않은 이유는 국내 부품산업 경쟁력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산 부품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원팀'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R&D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도 관련 지원 정책을 마련하여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기술 협력하여 상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방안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전기차 시장에서의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우위를 점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A사의 사례는 단순한 기업 위기에 그치지 않는다. 전기차로의 전환 속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 직면하고 있는 위기임을 인식하고, R&D에 대한 집중 투자와 인력 수급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할 때이다. 다음 단계로, 기업과 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R&D 투자 확대와 인재 양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자동차 산업이 미래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